글을 쓰는 이가 되고 싶다.
글을 쓰는 이가 되고 싶다.
어딘가 멀고 먼 곳으로 떠날 때
옷가지들과 생필품을 챙기느라 캐리어에 자리가 충분치 않음에도
이미 몇 번 읽었어도 꼭 챙겨가고 싶은 책.
그런 책을 내고 싶다.
지난번에, 지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그닥 울림 없이 슥- 읽히던 문장이 이제는 뇌리에 박히게 되거나
마음이 아려 읽다 멈추고 또 읽던 문장이 이제는 옅은 미소 정도를 띄게 하는.
그렇게 책 한 권을 읽으며 사실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문체와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 자신은 무엇이 변하고 얼마나 성장했나 소근소근 알려주는 책이 되고 싶다.
살다 보니 어떠한 뚜렷한 이유 없이
막연한 짓눌림을 느끼고, 또 호흡은 짧아지며
신경은 날을 세우고 입꼬리는 내려갈때
문득 떠오르는 책.
그래서 주저않고 다시 읽어보는 책.
역시나 후회 없는 여운과 회복을 안겨주는 책.
그렇게 약속 없이 예외 없이 나를 만나주고 안아주는 책을 쓰고 싶다.
시험에 나온다며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문제집의 지식을 달달 암기할 때보다,
유명한 인사들이 열변을 토하거나 눈물을 훔치며 전하는 강연을 들을 때보다,
한 자, 한 단어, 한 문구, 한 문장과 문단을
눈 맞춰 흘러내려 가며 내 마음과 생각과 이성이 맞닿아 몰입하는 시간.
독서의 순간은 그렇게 내게 무수한 영감을 주고 깨달음을 전했고
그 보람차고 전율이 흐르는 찰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자
어느 날 어느 사람들에게 어설프게 책의 문구를 읊어주었던 추억.
그렇게 책이 나의 일부가, 또 너의 일부가 되어가는 쾌감.
그런 영감의 교류를 가능케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래서 타닥-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누군가의 기억과 가슴을 두드림을 상상하며
나 자신과의 아픔과 희열에 떨림과 용기로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마치 내 시시하고 귀여운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연인과 같이,
하나라도 더 지혜의 언어로 가르치고 싶은 나의 자녀와 같이,
길 가다 마주친 고개를 푹 숙이고 애써 눈물을 삼키는 무명인들과 같이,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는 마음을 품고 내뱉는 언어처럼.
그런 글을 차곡차곡 모아보자.
어딘가에서 듣고 감탄한 글귀,
대화 중 마음 다해 듣게 된 누군가의 사연,
냉정과 열정을 오고 가며 나 자신과 씨름하던 인간다운 이야기.
그렇게 모으고 모으다보면
누군가의 여행 가방을 타고
한 사람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에 동행할 수 있는 영광도 누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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