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그런 사람





생각지도 못한 때와 장소에서

상상하지 못한 마음을 안겨주는 사람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한 감정을 눈치채고

먼저 그것에 이름 붙여줄 수 있는 사람




시끌벅적하고 요란떠는 주변에도 불구하고

평정심과 고요함을 잃지 않아 심지가 제자리에 여전한 사람




누군가 날 선 말과 과장된 행동을 보일 때

그 속에 숨겨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상처의 숨 죽임을 듣는 사람




어김없이 잊고 또 잃어버리는 한 사람의 강점과 가치를

세밀하고 예민하게 알아채 시시각각 읊어주는 사람




말을 삼키고 눈물은 터뜨리고 웃음은 숨기지 않는 사람




쓸데 없는 것에 마음 두지 않으나

쓸모 없는 것이라 폄하하지 않는 사람




두 발은 드넓은 대지에 꼿꼿이 내디디지만

고개는 치켜들어 예고없이 떠오는 구름을 감각하고 쫓아갈 수 있는 사람




어떤 이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재지 않고 거리끼지 않고 미루지 않고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가끔은 계획을 무시하고 충동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세상이 주장하는 당위성에 주눅들지 않고

세월이 가르치는 다양성을 기대하는 사람




한 때는 방황하고 무너지고 낙망하였으나

그로써 자신만의 깊이와 고유함과 기적같은 이야기를 꾸려온 사람




시간의 유한함을 알고 말의 영원함을 유념하며

사랑의 유의의를 간직하고 또 계속 만들어가는 사람




춥디 추운 겨울의 시기에 말라 비틀어진 초라한 나무와 같아져도

겉에 드러나지 않는 뿌리에 충분한 힘이 있음을 믿으며

자신의 삶을 소생케 하는 모든 작은 것들에 감격하는 사람




폼보다 아우라, 돈보다 여운을 남길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어 가는 길목에서

이런 사람을 찾아 그 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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