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and approach me
Come and approach me
다가갈 때 함께 다가와 주는 이들이 있다.
눈을 맞추고 싱그럽게 웃을 때
입꼬리를 올리며 화답하는 이곳저곳의 낯선 이들이 있다.
낯설다 하더라도 그런 이들에게서는 낯익은 내음이 풍긴다.
지나갈 때 거들떠보지 않던 옷가게에
한 소녀가 비눗방울을 불려 하는 모습에
멀리서부터 눈을 맞추며 천천히 다가갔다.
처음에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나의 끈질긴 미소에 소녀도 금세 나에게 미소 하나를 보이고선
먼저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도 안녕- 하고는 지나쳐 가는 길에도 뒤를 돌아 보았고
역시 나를 보고 있길래 '비눗방울 불어봐' 하는 동작을 취했더니
돌연 부끄럽다는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위해 향한 애견동반 카페에는
처음보는 자그마한 강아지가 나를 반겨주었다.
손을 코 쪽을 향해 뻗어보니
아이는 정말 열심히도 내 손끝부터 팔까지 코를 찡긋거리며 냄새를 맡아 주었다.
내 손바닥으로 얼굴은 물론 몸도 반 이상은 가려질 것 같은 작은 아이여서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네 덕분에 행복해'하는 얼굴만 크게 띄워 주었다.
낯선 사람과 눈을 맞추고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리에 들어서면
무언의 언질이 오간다.
'다가가도 될까요?'
'다가가고 싶어요.'
'다가오시길 바라요.'
하고 말이다.
그래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느껴진다.
다가가도 좋겠다- 하는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한국어교원양성과정에서
이러한 순간들을 꽤 느꼈다.
모든 사람과 이런 은근한 소통을 하게 된 건 아니지만,
저기 복도 맞은 편에서 내 쪽을 바라보며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 때
'대충 인사하고 넘겨야지..'하는 느낌과
'눈도 마주치고 마스크에 가려 안 보여도 웃으며 인사해야지.'하는 기운이 맴돌 때가 있다.
인사 한 마디에
안부 한 마디
공감 한 마디
쓸데없는 말 한 마디 더 해가며
열린 마음을 조금씩 내비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놓친 출석을 확인하고 걱정해주는 분,
간식이 너무 좋다며 마이쮸를 두 개 주시는 분,
내가 입은 옷이 아주 예쁘다, 멋지다 칭찬해 주시는 분,
친한 언니가 충전기가 없다 하니 옆에서 제 것을 빌려주겠다는 분,
커피를 추천해달라 하시며 내 커피까지 계산해주시는 분,
모델 같다, 예쁘다, 젊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머쓱할 정도로 칭찬해주시는 분,
작은 실수에 내가 무안하지 않게 혹은 당신이 창피하지 않게 서둘러 웃어넘기는 우리.
내게 적극 유용하고 값진 정보들을 나서서 알려주는 군인분들,
피곤하고 지친 상태를 표현할 때 걱정해주고 내 편을 들어주고 웃겨주시는 팀원 분들,
혹여나 내게 실수했을까 봐 쩔쩔매며 나를 따로 불러 미안했다고 말해 주는 친구,
내게 온정이 필요했을 때 때마침 나타나 배 아프게 먹고 웃고 공감할 수 있게 된 소중한 언니.
이제 2~3주쯤 되어가는 시점에 돌아보니
아침부터 오후까지 때로는 귀찮고 버거웠던 수업들을 함께 짊어지고 왔다고
이렇게나 소소하고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졌음에 참 감사하다.
한국어를 어떻게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배우고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한 요건을 채우러 왔지만
더욱이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누리게 해 준 사람들을 얻어간다.
만남의 미학.
우리네들 사이 가장 바깥쪽에 그려진 선은 언제든지 넘어줘야지
민망함, 거 절감, 부끄러움, 귀찮음을 무릅쓰고 얻게 되는
뜻밖의 위로, 적재적소의 웃음과 통쾌함, 함께하는 안도감을 넘치게 누릴 수 있다.
앞으로 이 과정이 끝나면
꽤 아쉽고 섭섭하겠지만
이어질 인연들이 있어 감사하고
또 새로이 만나게 될 낯선이들에게
선뜻 다가가 말을 건네고 미소를 지어볼 때
또 예상치 못하게 얻을 인정과 인복이 있을 거라 믿기에
앞으로 주어질 기회, 만남, 여행, 우연, 새로운 환경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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