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pouring rain and the next sky
- 오늘의 비와 내일의 날씨
빗줄기가 참 세차게도 내렸다.
기울기가 있는 아스팔트 바닥에는 기운 쪽을 향해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계단을 오를 때는 나와 대치되는 방향으로 무섭게 내려오는 빗물을 밟고 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위압적인 폭우소리였다.
우산이 있더라도 사나운 빗속을 뚫고 갈 걸음을 떼는게 쉽지 않았다.
밖이 요란하니 마음 속 시끄러운 목소리들은 잠잠해졌다.
집에 들어와 꼬리치며 반기는 강아지들이 그 꼬리를 내릴 때까지
충분히 예뻐라 만지고 뽀뽀를 해 주며 옷을 한 겹 한 겹 벗어 던지고
바로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발도 바지도 젖어갔던 불쾌한 느낌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눌러 쓴 모자 속 답답했던 머리
사람들 속에서 선을 넘지 않고 다정한 사람으로 남기위해 신경쓴 몸과 마음
금방이라도 집어 삼킬 듯이 무섭게 돌진하는 잡다한 생각들과의 씨름과 항복
그 모든 것들을 샤워 물 줄기에 씻어 흘려보냈다.
샤워 물 줄기에 굴하지 않고
욕실의 작은 창을 비집고 들어와 바깥 공기를 알려주는 억수.
보통의 샤워가 아니었다.
무사함을 알리는 의식과 같았다.
심장이 바르게 뛰고, 배는 따뜻한 음식으로 차있고,
신경을 쓸 사람도 상황도 없고, 나는 그저 감사함으로 반응하면 되는 오늘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그러고선 세탁기를 돌리고
책상을 정리했다.
지난 몇 주간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제대로 돌아보고 돌보지 못했다.
내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지 못한 것 보다 더 소홀했다.
청소를 하면 내가 원하지 않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 놓고
켜켜이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문질러 닦아낸다.
그렇게 청소를 하며 내게 무익한 걱정과 고민을 해산시키고
겹겹이 쌓인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정돈한다.
한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위험한 지점의 교통이 통제된다.
발을 편히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집에 머문다.
절망의 수위가 높아지면 해로운 생각의 회로에서 우회해야 한다.
숨을 편히 내쉬기 어려울 정도로 비관이 몰려오면 우리는 시재에 머물러야 한다.
영원히 빗속에 잠기고 부식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아도
언젠가 빗물은 마르고 빛을 받아 흔적도 없이 회복해 개운해질 것이다.
아직도 밖에선 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내리고 자꾸만 귀를 통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비는 언젠가 그칠 것 이고
이와 같은 비는 언젠가 또 올 것이고
이런 비가 너무도 절실했던 사람들이 있고
또 평범한 우리네 삶에도 이런 폭우가 종종 내릴 것 이라고.
오늘의 하늘과 내일의 하늘은 다르지만
오늘 내린 비로 내일 더욱 화창한 하늘을 맞이할 터이니
폭우처럼 내리는 마음 속의 우울과 혼란함을 그대로 들어붓게 내버려 두어
비가 그치고 마주할 더욱 경청하고 산뜻할 마음의 날씨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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