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이는 가슴을 뱉어내기
울렁이는 가슴을 뱉어내기
감추고 괜찮은 척하려 했던 건 아니다.
바쁜, 여념도 금세 지나가 버리는 하루를 보내고
혼자서 오늘 내가 해내야 할 것들을 하다가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아마 또 내 안에 무언가 응어리진 풀리지 못한 것이 나를 멈춰 세우고 발걸음을 늦춘다.
가슴부터 목까지 울렁이는 불쾌하고 무거운 몸의 반응을 느낀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찾아본다.
오늘 카페에서 몇 시간 공부하려 했는데 이용시간이 잘못 나와 있어 공부를 못 끝낸 것?
카페에서 이용한 자리가 에어컨의 차디찬 냉랭한 바람이 직통으로 향하는 곳 이어서
비염 때문에 콧물이 주룩주룩 나 뭐 하나 편히 집중하지 못한 것?
시험을 며칠 앞두고 무언의 부담감과 긴장감이 나를 벽으로 밀어 붙이는데
몇 달 몇 년을 앞둔 상상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내 미래가 나를 몰아세우는 것?
그리고 이렇게 나약하게 느껴지는 내 자신이
어딜가서 무얼 하겠다고 또 자신을 잠시 초라하게 만들었던 못된 생각?
아니면 괜히 탓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들?
내가 찾은 날 위한 다소 허접한 위로는
그저 무표정으로 집에 들어와 나를 머쓱할 만큼 반겨주는 동반견들에게
느릿느릿 다가가 감질나는 손길을 건네고
네가 답답해 미쳐 할 걸 알면서도 기어이 힘을 주어 너를 사람처럼 안아보고
누군가의 온기를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몇십 초 동안 느꼈음에 마음이 조금 풀리는 정도.
또 내 몸에 안 좋을 걸 알면서도
요새 예민해진 내 피부에 신경을 끄고
냉동실에서 집어 든 설탕 범벅 고구마 맛 탕을 까서 먹는다.
이내 긁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눈은 한층 더 피곤해진다.
평소 잘 듣지 않는 가라앉은 분위기의 노래들을 틀며
그 때서야 무슨 바람과 용기에 아주 조금 눈으로 슬픔을 뱉어내었다.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었던 이들의 말들이 마음이 예고 없이 떠오른다.
숨을 쉬라고 몇 번이고 나직이 되 뇌었던 음성을 기억한다.
정말 숨을 깊이 내쉬니 눈물이 몇 줄기씩 떨어져 내려간다.
나에게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이자 설움이자 축복을 선물한 사람들은
나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나 대신 비난하며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거라고, 주고 싶지 않다고 내 눈을 맞추며 힘주어 말했었다.
그 말들을 처음에는 믿었고
믿음에서 오는 감정과 안도감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그만큼 뒤에 따르는 감당 못할 허무함은
그에서 느낀 황홀감을 잊을만큼 컸다.
그 다음에는 믿지 않아보려 다짐했지만
결국 믿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더 따랐고
곧이어 또다시 허전함을 느꼈다.
그 누구도 괜찮지 않기를 바라다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고 원하다가
그래도 그럴 리가 없고
그래도 나랑 무슨 상관이냐 - 하며
옹졸하고 추잡스러운 생각을 거둔다.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을 서둘러 해 주던 이들이
내가 제일 듣기 힘든 말, 내게 가장 치명타가 되는 말들을 서슴지 않던 장면들.
말보다 눈빛이 더 선명하고
눈빛보다 거두어진 손길이 더 아른거린다.
그래도 나는 다시
또 이러다 말겠지- 생각한다.
이 마음도 내일만 되어도 그치겠지- 되뇐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새로운 시작을 하는 상상을 한다.
외톨이가 되고 방랑자가 되고 버려지고 뜯기고 짓밟히는데
그 속에서 아름다운 이들을 만나고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잠기고
나도 모르는 내 면모를 발견하고
이겨내고
성장하며
나만의 이야기보따리를 몇 개씩 새로이 쌓아두는 삶을 그려본다.
음 정말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만
이제껏 노래 몇 곡을 부르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눈물을 흘렸다가,
별 감흥을 못 느끼길 반복하면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직 비염 때문에 코가 나와서 불편하지만
꿋꿋이 노래를 부르며 내 감정은 잊고
노래 부르는 이의 감정에 마음을 쏟아 보았다.
사실 비염은 곧 나아질거고
시험 준비는 철저히 못 해도 필요한 점수는 넘을 거고
하루 하루가 쉴 틈 없이 바빠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입고 싶은 것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나날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고 견디면서 살아내 보자 !
조금 뒤처지고 계획이 어긋나고 스스로 기대하고 당부하는 것을 다 못 해내도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어쨌든 사랑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큰 사랑을 주고받을 거니까
이 시간 너머의 것들을 미리 감사하자.
잠 잘 자고
몸에 좋은 것 먹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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